한국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은 장애인복지법 제29조 제2항에 따라 장애인 관련 조사·연구 수행 및 정책개발·복지진흥·재활체육진흥 등을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으로 2008년 4월 출범했다.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개발원은 총 35건의 자체연구 및 외부수탁연구를 실시했으며, 그에 들어간 총 예산은 무려 13억9500만원에 이른다. 이 중 개발원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연구사업은 23건으로 총 4억76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었다.

2012년도 개발원 자체연구사업 중 예산 규모가 가장 큰 연구사업은 ‘중증장애인 및 가족 패널 구축 기초연구(Ⅱ)’로 예산 1억3000만원으로 자체예산의 27%에 해당된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국회 복지위)이 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12년 9월 종료됐다.

그런데 1년이 지난 2013년 9월까지 이 연구는 보고서 작성조차 완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원은 가제본 상태의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보고서 곳곳에 쓰다 만 흔적이 역력했고, 보고서의 목차와 실제 내용상에 나와 있는 표 번호도 맞지 않았다. 심지어 결론조차 없는 보고서였다.

개발원은 이 보고서를 35개 기관에 70부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발송리스트에 있는 두 개 기관에 배포여부를 확인해본 결과, 두 곳 모두 보고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보고서조차 제대로 만들지 않고, 연구사업을 완료했다고 하지를 않나, 보고서를 보내지도 않고서 보냈다고 하는 등 개발원이 자체연구 사업을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다른 연구사업들도 형편은 마찬가지였다. 개발원 내부결재 자료에 따르면, ‘장애아동 재활치료기관 평가기준 및 지표개발’의 경우, 연구보고서 250부에 해당하는 제작비와 발송비가 보고․결재됐으나 실제 배포자료는 149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보고서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에서의 장애차별 예방 매뉴얼’은 300권 제작한 것으로 돼 있으나, 배포한 곳은 336곳으로 나타나 배포관련 보고내용도 허위로 작성된 것임이 확인됐다.

정부가 국민혈세를 들여 연구사업을 할 때에는 그 목표와 활용방안이 뚜렷해야 한다. 그런데 개발원은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보고서는 창고에 쌓아두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공적개발원조(ODA)의 장애주류화 방안 연구’ 보고서는 200권이 제작됐으나 연구 참여자, 자문위원, 평가위원, 도서관에 20권 배포되었을 뿐, 나머지 180권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또 ‘수화통역실태 및 네트워크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는 연구에 참여한 설문대상자와 개발원 이사, 보건복지부 등에게만 배포됐을 뿐이다.

‘중증장애인의 직업유지방안 연구’ 보고서의 경우는 직업재활 관련 모든 기관에 배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 기관에 4~5권까지 배포했는가 하면 한권도 배포하지 않은 기관도 있다.

공공기관에서 연구사업을 수행할 경우, 각 보고서에 연구등록번호를 부여하도록 돼 있다. 개발원은 이러한 연구등록번호까지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지적한 1억3000만원짜리 ‘중증장애인 및 가족패널 구축 기초연구 Ⅱ’의 경우, 가제본 보고서 등록번호는 ‘12-15’라고 표시돼 있으나, 실제 부여번호는 ‘12-27’로 확인됐다. 또한 개발원이 제출한 2012년 연구보고서 책자들을 살펴본 결과, ‘중증장애아동 돌봄지원서비스 개편방안 연구’, ‘장애아동 재활치료 제공기관 평가기준 및 지표개발’, ‘장애인빈곤 및 생계에 대한 참여조사연구’ 세권 모두 보고서 등록번호가 모두 12-11로 동일하게 부여돼 있었고, ‘후천적 장애발생 원인에 따른 대응과제’와 ‘수화통역 실태조사 및 네트워크 구축방안’도 12-12로 동일한 보고서 등록번호를 부여하고 있었다.

최동익 의원은 “개발원은 연구사업한다고 국가예산을 배정받아놓고 끝나지도 않은 연구를 끝난 것처럼 꾸며 가제본 상태로 보고서를 만든 채 연구를 덮어버렸다. 또 내부기안 및 배포처와 관련된 자료를 요구하자 그 또한 허위자료를 만들어 제출했다”고 질타하고, “관리감독기관인 복지부의 책임도 크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도록 연구사업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번 일은 복지부가 감사를 실시하는 등 철저히 파헤쳐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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