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한국은 경제, 문화, 사회공헌 분야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의료관광을 오는 외국인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의료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간염이나, 결핵, 자궁경부암 같은 일부 감염병 분야는 아직도 중진국 이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전 세계에서 매년 2분마다 1명씩 사망하는 자궁경부암의 경우, 국내에서는 1년에 약 1000명이 목숨을 잃는다. 세계보건기구(WHO) ‘2010년 HPV와 자궁경부암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 또한 14.5건으로 동아시아 평균 11.9건보다 많아 아직도 후진국 수준이다.

자궁경부암은 조기에 발견해 수술을 받으면 완치율이 높은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고, 국가 암검진사업으로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이전 보다 많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자궁 적출이 필요하고,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을 받으면서 환자가 느끼는 육체적·심리적·경제적 고통이 크다. 문제는 성경험은 빨라지고 결혼은 늦어지면서 정기적 자궁경부암 검진 없이 장기간 경과할 경우, 젊은 여성들의 자궁경부암 발병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한부인종양학회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18~79세 여성 6만775명을 대상으로 HPV감염실태를 분석한 결과 국내여성 3명 중 1명(34.2%)이 HPV에 감염됐다. 이 중 종양발전위험이 있는 고위험HPV감염은 절반 가량인 17.5%였고, HPV 감염률은 18~29세에서 49.9%로 가장 높았다. HPV 감염률은 성관계를 시작하는 젊은 여성에서 높고 중년에서 감소했다가 고령에서 다시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국가암검진의 주요 수검층인 중년 여성의 발병율이 낮고, 면역력이 약해지는 고령 발병이 늘어나는 것과 달리, 성생활이 활발한 젊은 여성들의 감염률이 가장 높아 이 추세가 지속되면 수년 후부터는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 역시 크게 증가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자궁경부암 연구회 이기철 위원은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려면 여성들의 지속적인 예방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 검진을 꾸준히 받던 여성이라 하더라도 검진 결과가 몇 번 정상으로 나오고 난 후부터는 ‘나는 이제 괜찮겠지’하고 정기검진을 거르기 쉽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에 대한 방심과 무관심의 결과는 발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기철 위원은 “자궁경부암을 예방해 주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 접종도 지난달 일본의 이상반응 발표 사례를 들어 부작용을 우려하는 여성들이 있다”며, “일본도 홍보사업만 중단했을 뿐 국가 차원의 접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일본 발표 후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질병관리센터(CDC)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HPV백신과 일본의 희귀 사례는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과학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백신접종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사실관계를 냉정히 따져 판단한다면 접종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또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받고, 성생활이 시작된 이후부터 정기적 자궁검진을 지속하는 여성이라면 자궁경부암으로부터는 안심해도 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대부분의 의학전문가들 간에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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