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창회 한의협 명예회장은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제약사들의 천연물신약 개발과 관련, "이는 한약의 새로운 명칭인 만큼 한의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의학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한의협의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
정부가 2001년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계획’을 수립, 경쟁력 있는 글로벌 천연물신약 연구기반을 구축해 만성, 난치성, 노인성 질환 치료를 위한 천연물신약을 개발하기 위려는 계획이 최근 결실을 맺는 가운데, 천연물신약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한·양방간의 처방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천연물신약이 기존의 한약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한의사들이 처방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한의계는 천연물신약이 대부분 한약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으며, 한의서에 기술된 처방을 이용한 것이 많기 때문에 한의사들의 처방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의협 역시 최근 성명서를 통해 “한의사들의 천연물신약 처방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한약을 이용한 천연물신약은 결국 어떻게 운용되느냐에 따라 한의학의 명운이 걸린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993년 촉발된 ‘한·약분쟁’ 와중에 한의협 사령탑에 올라 정부와 약사회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던 허창회 명예회장(26, 27대회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나 “한약(처방)을 이용한 천연물신약도 한약이다. 그런데 의사들이 이를 처방하고, 한의사들은 천연물신약 처방권을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약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의사들이 한약을 바탕으로 한 천연물신약을 처방하고, 한의사들은 자신들의 고유권한인 한약(천연물신약)의 처방권을 달라고 하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천연물신약도 한약이어서 지금처럼 한약에 천연물신약이라는 명칭을 붙이면 한약은 모두 천연물신약이 되는데, 한의사들이 천연물신약 처방권을 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허 명예회장은 천연물신약에 대해 한의계가 그동안 간과해온 점을 의식한 듯 “(오래전부터 천연물신약이 개발되고 시판된 것이) 비록 너무 많이 진행돼 싸우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의사들에게) 명분이 있기 때문에 싸워야 한다”면서 “(협회는) 회원들과 국민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어 오적산이 천연물신약으로 나왔다. 그러면 의사들이 오적산은 어떤 기전이 있어 어떤 질환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의 한방이론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서 “그러니 의사들은 아무 내용도 모르고 한약을 처방하고, 제약회사들은 돈이 되니까 무차별적으로 천연물신약에 달려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약은 품목별로 재배방법과 채취시기에 따라서 약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한약재라고해도 질병에 따라 각기 다른 부위를 선택한다. 실제 최근 천연물신약 개발이 주춤한 것도 뒤늦게 이런 문제점들이 노정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허 명예회장은 “의사들이 한약을 복용하면 간에 나쁘다고 하더니 이젠 한약의 다른 명칭인 천연물신약을 한의사가 아닌, 자신들이 처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향후 2년이내에 대부분의 한약처방이 천연물신약이란 이름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천연물신약 문제를 단순히 한의사들이 처방권을 가져야 하는 문제가 아닌, 한의학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로 인식해 대처했으면 한다”고 한의협에 주문했다.

한편 국내 천연물신약 시장 2005년 이후 국내 의약품 총생산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5년간 연평균성장률(CAGR)은 4.5%로 국내총생산 연평균성장률(11.5%)과 제조업GDP 연평균장률(9.2%)에 못 미치지만, GDP대비 비율과 제조업GDP 대비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한 신약 중 천연물신약인 ‘스티렌’, ‘조인스정’은 지난 2002년 발매된 이후 누적 매출액에서 4045억원을 차지할 정도로 합성신약대비 총 매출액이 커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꼽힌다.

특히 2010년 천연물관련 의약품의 신규품목허가는 60건에 달하고 그중 70%가 관절염 치료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특허동향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신경, 항암제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신경질환 항암제 분야의 연구 증가는 치매치료제, 난치성 치료제 개발사업 등의 연구동향을 반영한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암, 관절염, 뇌질환 등의 치료제가 주로 개발되고 있는 이러한상황은 천연물신약이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높은 치료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보여, 앞으로도 천연물신약 개발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한의사와 의사간에 촉발된 천연물신약 논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메디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