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 기반 산후 건강관리를 받은 국내 산모들의 경험을 정성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SCI(E)급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IF = 3.390)’ 5월호에 게재돼 주목된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공공의료지원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일환의 하나로 2017년부터는 한방 산후건강관리 지원사업이 시행됐다. 이 연구는 해당 사업에 참여한 산모들을 대상으로 한의약 산후건강관리 경험을 분석한 것으로, 서주희 박사팀은 연구에서 한의약을 통한 산후관리가 산모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결과라고 29일 소개했다.

한의학에서 산후는 분만으로 인한 용력과다와 출혈로 인해 기혈(氣血)이 허약하고, 진액(津液)이 부족해 사기(邪氣)에 쉽게 침범되기 때문에 적절한 조섭(調攝)이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는 독특한 문화적 질병인 산후풍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국내 산모들은 산후풍에 대한 우려가 있어, 적절한 산후조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연구진들은 선행 연구로 산욕기 산모 건강관리에 대한 연구동향을 분석했을 때 산후관리 중재 영역에 대해 질적인 연구방법을 이용해 산모들의 경험 및 중재 방법의 효용성을 파악한 연구가 없어 해당 영역에 대한 보완 필요성을 확인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인터뷰에 참여한 8명의 산모를 대상으로 ‘산모들의 출산 및 산후관리 경험과 인식에 대한 이해’와 ‘한의약 산후건강관리 사업 참여 경험’과 관련된 의미 있는 진술을 추출해 반복적 비교분석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대표성을 지닌 상위범주 8개로 분류했다. 

심층면담 인터뷰를 통해 산모들의 출산 및 산후조리 경험과 인식에 대해 이해하고, 기존에 경험한 산후관리 방법으로 충족되지 않는 필요한 것들이 있는지 파악하고자 했는데, 도출된 4개의 범주는 ‘무너지는 몸과 마음’,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산후조리’, ‘회복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다시 회복되는 몸과 마음’이었다.

산모들은 대부분 출산 후 다양한 이유로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지는 일을 경험했다. 몸이 출산 자체로 이미 약해져 있는데 육아와 가사를 담당해내야 하면서 지치고 힘들고 우울한 모습을 보였고, 남편이나 가족간 갈등으로 정서적으로 지지받을 대상이 없게 되면 산후우울증까지 나타나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모들은 출산 자체에 자기만의 공간이 사라지거나 경력이 단절되는 등 상실감을 느끼며 자신이 희생해야 하는 존재라고 여겼다. 그럼에도 산후에 조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은 가지고 있었으며, 회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산후풍을 예방하기 위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땀을 내는 등 개인적 차원의 노력부터 휴식의 기간을 필사적으로 지키기 위해 산후도우미나 가족들에게 육아와 가사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도움 요청은 부탁할만한 주변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에, 부탁할 대상이 없으면 시도할 수조차 없어 개개인의 여건에 따라 산후조리 질의 편차가 클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부담돼 산후조리원이나 산후도우미를 고용하기 어려워하기도 하고, 한약을 먹으면 몸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비싸서 개인적으로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한의약 산후건강관리사업에 참여하면서 사업에 대한 기대감, 치료에 대한 효과와 장점, 그리고 개선점에 대해 심도 있게 알아보았는데, 도출된 4개의 범주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함’, ‘산후풍 증상 관리 효과’, ‘산모를 위한 전인적 한의약 관리’, ‘한의약 산후건강관리사업의 개선점’이었다.

처음에는 모호한 기대감으로 참여했지만 불편하던 산후풍 증상이 개선됨을 느끼고, 진료과정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불편한 부분이 치료에 반영되는 것을 보면서 만족도가 커지게 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4가지 영역으로 (1)오로배출, (2)통증 및 냉감 감소, (3)몸이 따뜻해지고 기력이 보강됨, (4)입맛이 돌고 속이 편해짐을 경험해 한의약 산후관리만이 가진 효용성을 파악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의사와의 심도있는 상담과정을 통해 공감받는 경험과 자신의 상태에 대해 이해하는 경험이 돼 안심하게 됨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개선점 또한 존재했는데, 특히 지속적 치료가 필요함에도 신생아를 둔 산모들이 내원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방문 진료와 비대면 화상진료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이번 논문을 통해 산후풍에 대한 한의 치료가 산모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고, 산후조리 시기에 한의치료를 받으러 의료기관에 내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산후풍 증상 관리 및 산후조리에 한의치료가 도움이 되고 적합하다는 점, 한의사와의 진료시간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이도은 한의사는 “이번 연구는 이전에 탐구되지 않았던 국내 산모들의 한의약 산후관리 경험에 대해 심층적인 이해를 도모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논문”이라고 했으며, 교신저자인 서주희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장(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부회장)은 “산후관리에 있어 한의학적 개입이 산모들에게 의미가 있었기에 이후에도 한의약 산후관리에 대해 다양한 후속 논문이 필요하며, 한의약 산후 방문관리나 비대면 화상 진료에 대한 필요성이 확인됐기에 추후 정책적 수립을 통해 이에 대한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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