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진 연세건우병원 족부전문의

A씨(36)는 요새 클라이밍에 푹 빠졌다. 운동보다는 놀이에 가깝고 또 자신의 성취 과정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기 쉬운 클라이밍은 요새 젊은층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운동이다. 높은 곳에 올라야 하기에 위험해보이기도 하지만 바닥에 푹신한 매트가 깔려 있어서 안전수칙만 잘 지킨다면 부상의 위험도 적다.

A씨도 별다른 부상에 대한 우려 없이 재밌게 클라이밍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높은 곳에서 힘이 빠져 바닥에 안전하게 떨어졌다. 그리고 며칠 뒤부터 A씨의 발목이 크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위험이 없어보였는데 무슨 일일까?

병원을 찾은 A씨가 들은 진단명은 '발목염좌'다. A씨는 의사에게 "그냥 푹신한 데 떨어졌는데 왜 그럴까요?"라고 물었다. 의사는 조심스럽게 "혹시 예전에 발목을 크게 다쳤던 적이 있냐"고 물었고 A씨는 과거 산행 도중 부상을 크게 당했던 경험을 말해주었다. 의사는 A씨에게 '발목 불안전증이 있다'고 설명했다.

발목불안전증은 보통 발목을 크게 다친 뒤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환자에게서 관찰된다. 젊은 사람들은 발목에 통증이나 부종이 생겼을 때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라 판단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발목염좌를 방치하다가 반복적으로 발목을 접질릴 경우 발목 인대가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으면서 정상보다 커진 유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발목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만성질환인 발목불안정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목불완전증 환자들은 평지에서도 쉽게 발을 삐끗하는 경우가 많고 뛰었다가 착지할 때도 불안정한 발목 쪽의 발을 조금 늦게 딛는 경우가 잦다. 또 백사장이나 산길 등 지면이 불안정한 곳에서 자주 부상을 입는다.

이호진 연세건우병원 족부전문의는 “만약 발목 쪽에 염좌가 자주 발생한다면 발목불안전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만약 한쪽 발로 중심을 잡고 서 있기가 어렵고 걸을 때 복사뼈 근처에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난다면 발목불안전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걷거나 달릴 때 발목통증이 있거나 시큰함이 느껴지는 경우, 발목을 돌릴 때 소리가 나면서 뻐근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 발에 힘이 실리지 않고 주저앉게 되는 상황 등을 발목 불안전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라며 “발목불안정증이 만성적으로 진행하면 손상은 더욱 가속화, 발목 주변 관절에 염증이 나타나고 연골 손상까지 동반돼 발목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목불안정증 초기라면 보조기나 깁스를 하고 운동치료, 온찜질 등의 보존적치료를 꾸준히 병행하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운동치료로도 좋아지지 않거나 골연골 박리, 관절 강직, 퇴행성관절염 등의 관절 내 합병증이 동반된 만성적인 상태라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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