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의 주요원인인 C형간염 국가검진 검토에 정부가 13억원을 투입하고도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엇박자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러한 사실은 무소속 전봉민 의원(국회 복지위)의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전봉민 의원이 보건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2015~2016년도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 이후 수차례 C형간염 국가검진 항목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2016년부터 현재까지 약 11억9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집단감염 사태 직전에 발주된 C형간염 연구용역까지 포함하면 2014년도 이후 7년간 12억7000만원이 투입된 것으로, 정책결정을 위한 연구에 이례적으로 과다한 예산이 지출됐다는 지적이다.

2015~2016년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 이후 정진엽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은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질병청 주도로 ‘국가건강검진 내 C형 간염 검진항목 도입에 대한 타당성 분석 연구(2016~2017)’가 이뤄졌다. 해당 연구에서는 경제성평가 및 임상현실을 고려한 추가연구를 권고했다.

1차 연구결론에 따라 국가검진이 비용효과적인 방식인지, 국내 임상현실에 부합하는 정책인지 검증하기 위해 8억5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 ‘C형간염 환자 조기발견 시범사업(2020~2021)’를 실시했다. 동 연구에서는 Screen All 전략이 모든 경우에서 가장 비용-효과적인 대안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전 국민 대상의 국가검진이 타당하다고 결론 낸 것이다.

이처럼 2차 연구에서 C형 간염 국가검진에 대한 타당성이 검증됐음에도 불구하고, 2억5000만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해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C형간염 검진의 타당성 분석 연구 및 선별검진의 사후관리방안(2021~2022)’ 연구용역을 추가 발주했다. 

보건당국은 “국가건강검진위원회(검진항목평가분과)에서 정한 평가내용에 맞춘 근거자료 도출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10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해 충분한 근거를 확보한 상황에서 또다시 예산을 중복투입해 유사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계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C형 간염 국가검진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갈등하는 사이 감염관리는 글로벌수준에 한참 뒤처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30년 C형간염 퇴치’를 선포하고 국제적 노력을 촉구한 이후, 미국은 올해 초 ‘바이러스성 간염 퇴치를 위한 5개년 종합계획’ 선포하고 ‘국가간염의 날’ 을 지정하는 등 전향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건강보험체계를 갖춘 프랑스와 대만도 C형간염을 국가건강검진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지난 2002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C형간염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독일, 이탈리아, 이스라엘, 불가리아 등 수많은 국가들이 C형간염 퇴치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검사 및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전봉민 의원은 “WHO를 중심으로 전 세계가 C형 간염 퇴치를 위해 글로벌 공조를 강조하는 시점에 국가검진이 가장 효율적인 정책수단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리고도 결단하지 못하는 보건당국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이를 국가건강검진을 총괄하는 복지부와 질병정책을 총괄하는 질병청간의 정책 엇박자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 의원은 10월 20일 ‘간의 날’ 이기도 한 복지부 종합감사 당일에 대한간학회 임원진을 참고인으로 참석시켜, 정책결정이 지연됨에 따른 임상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책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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