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사피부염 병변부위는 스테로이드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스테로이드 연고 바를 시엔 오히려 염증이 더욱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원장 정승용) 피부과 조소연 교수가 이전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건선 및 아토피피부염에 치료에 활용되는 스테로이드 연고가 주사피부염 환자에게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용에 주의를 당부했다.

주사피부염은 코나 뺨 등 얼굴 중앙부에 붉은 모낭염이나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 홍조 증상이 지속되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유전적 요인과 함께 스트레스나 자극적인 음식 섭취, 더운 환경, 음주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적기에 치료되지 않고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염증에 의해 피부가 크게 손상될 위험이 높다. 주사피부염의 악화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특히 피부가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면 피부에서 스테로이드 생성을 증가시켜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보라매병원 피부과 조소연 교수 연구팀(제1저자 동국대일산병원 피부과 홍종수 교수)은 연구 참여에 동의한 주사피부염 환자 12명의 안면 부위에서 채취한 병변 및 비 병변 피부조직에 습진 연고의 주성분인 스테로이드제를 처리해 두 조직 내에서 나타나는 단백질 발현의 특징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대상자 모두 과거 스테로이드 연고를 얼굴에 바른 적이 없는 환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주사피부염 병변 부위는 비 병변 조직에 비해 피부 내 스테로이드 합성효소의 활성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피부에 비해 스테로이드제를 바른 주사피부염 병변부위는 스테로이드 생성의 핵심 효소인 CYP11A1(cholesterol side-chain cleavage), 17β-HSD5(17β-hydroxysteroid dehydrogenase type 5), 스테로이드 수용체 GRα(glucocorticoid receptor α) 등의 발현이 유의하게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인 프로게스테론의 분비도 크게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스테로이드제를 바른 정상피부에서는 염증을 유발하는 전사인자인 NF-κB 발현이 감소해 염증을 억제하는 방어기전이 작동했으나, 주사피부염 병변 부위에서는 NF-κB의 발현마저 오히려 증가돼 염증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인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과는 반대되는 현상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원래 피부에서는 자체적으로 스테로이드 성분을 생성하지만 아토피나 건선은 병변부위에 스테로이드 생산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한 상태이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증상이 대개 완화된다는 것. 

연구진은 주사피부염이 병변부위에 스테로이드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스테로이드와 염증 유발 전사인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깨져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오히려 염증이 심해지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해당 연구를 통해 스테로이드 성분의 연고가 주사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기전을 밝혀냈다.  

조소연 교수는 “다른 염증성 피부질환과 달리 안면홍조를 동반하는 주사피부염은 독특하게도 피부염 부위에서 스테로이드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염증 억제 기전이 망가진 상태로서, 이 때문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오히려 주사피부염 증상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문제는 아토피나 건선, 지루피부염, 접촉피부염, 주사피부염 등 얼굴에 생기는 피부염이 서로 오인되기 쉬워 전문의의 진찰 없이는 잘못된 자가 치료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따라서 본인 얼굴에 홍조 등 주사피부염 의심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섣불리 피부연고를 바르기보다는 피부과에 방문해 자신의 증상을 정확하게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주사피부염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와 함께 비스테로이드성 약물 복용과 도포, 보습제와 자외선 차단제 등을 꾸준히 바르는 것이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같은 연구결과는 피부과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피부연구학회지(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지난 2019년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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