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세종병원 이종현 무수혈센터장(왼쪽)과 흉부외과 유재석 과장(오른쪽)이 환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심장전문병원 부천세종병원(이사장 박진식)이 종교적인 이유로 무수혈 치료를 원하는 심장질환자를 대상으로 에크모(ECMO, 체외막 산소화 장치)를 이용한 고난도의 무수혈 수술에 성공했다. 무수혈 수술은 타 병원에서도 시행하고 있으나 2주 이상 무수혈로 에크모를 유지해 심부전 치료를 성공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보고된 바가 없다.

박인철(가명, 남, 53세) 씨는 만성 대동맥판막역류증과 이로 인한 심부전을 잃고 있는 환자로, 종교적인 이유로 과거부터 수차례 수술을 미뤄오다가 호흡곤란 증상이 심해져 내원했다.

수술을 집도한 부천세종병원 흉부외과 유재석 과장은 “환자가 종교적인 이유로 무수혈 수술을 원했기에 혈액 응고를 막는 와파린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았다"며, “더욱이 대동맥판막역류증이 오래돼 심기능이 매우 떨어지고 심비대가 심한 상태였기 때문에 수술 후 에크모를 이용한 심부전 치료가 필요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 과장은 1월 26일 대동맥근부치환술 및 대동맥판막교체술을 마쳤으나 저심박출증 및 폐부종 소견을 보여 수술 3일째 되는 날 혈액을 정맥에서 빼내어 동맥으로 넣어 심장을 도와주는 장치인 에크모(ECMO, 체외막 산소화 장치)를 삽입했다. 에크모란, 폐를 통해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 산소화된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는 심장의 펌프 역할을 몸 밖에서 기기로 진행하는 즉, 심폐기능을 보조하는 장치를 말한다. 이 장치를 사용하는 동안은 혈액응고를 막기 위해 헤파린을 사용해야 하고 또 혈액 세포가 조금씩 파괴되는 용혈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혈액 수혈이 불가피하다. 이를 무수혈로 2주 이상 유지한 것은 이전까지 보고된 바가 없었다.

에크모 치료에도 위중한 상태를 수차례 겪었으나 점차 호전돼 수술 후 18일째 되던 날인 2월 13일 에크모를 제거했다. 이후 추가적인 처치를 시행한 후, 일반병실로 옮겨진 박 씨는 차츰 건강을 회복하여 수술 후 74일째 되는 날인 4월 10일 퇴원을 할 수 있었다.

퇴원 수속을 마친 박 씨는 “명절 휴무까지 반납하면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준 의료진, 빠른 치유를 위해 애써주신 간호사,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직원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그저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부천세종병원 이종현 무수혈센터장(마취통증의학과 과장)은 “무수혈수술은 빈혈 교정은 물론 지혈, 항응고제 사용 등에 있어서 까다롭기 때문에 고난도의 술기가 필요하다"면서 “부천세종병원에서는 오랫동안 쌓아온 임상 경험을 기반으로 출혈을 줄이면서도 효과적인 술식을 적용해 활발하게 무수혈 수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치료의 예후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고령화와 코로나19로 인해 혈액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무수혈 수술 혹은 환자 혈액 관리 기법을 의료계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흉부외과 유재석 과장은 “수술 후, 상태가 안정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환자가 전 과정을 잘 견뎌주었음은 물론 무수혈수술팀 모두 환자의 회복을 위해 사후관리에 철저히 임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수혈이 불가능한 심장질환환자들, 특히 심부전이 심한 환자들에서도 적극적인 무수혈 심장수술과 에크모 치료가 가능하고, 심실보조장치 및 심장이식 같은 대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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