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인이 사건’대책으로 전국 시군구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작 현실과 괴리된 인력 기준으로 인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국회 복지위, 서울 강서갑)이 행정안전부와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229개 지자체 중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56곳으로 24%에 불과하며 단 한 명도 배치하지 않은 곳이 102곳으로 45%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기준은 연간 아동학대 의심사례 신고접수 50건당 1인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지자체가 이 기준조차 지키지 못한 것이다.

부족한 배치 인원으로 인한 문제는 지역별 편차 및 담당 공무원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에서도 나타난다. 전국 17개 지자체로 묶어서 보면, 아동학대전담공무원 1인당 100건을 넘게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는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9곳에 달한다. 그 중 대전이 404건으로 가장 많고 인천 379건, 경기 256건이 그 뒤를 이었다. 1인당 담당 건수가 55건으로 가장 적은 서울과 비교했을 때 대전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7배 이상 많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복지부 기준이 현장과 동떨어진 탓에 기준에 맞춰 배치하더라도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복지부 기준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의 경우 2019년 연간 아동학대 의심 사례 신고접수가 54건으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1.1명만 배치하면 된다. 그러나 이 기준에 따라 배치된 1명이 전화를 받고 출동한 경우, 그 사이 걸려온 상담전화를 받을 사람이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혼자 출동했을 때 폭행이나 협박 등의 위협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원활한 아동학대 대응업무를 위해서는 내근직 1명, 폭행 위협 등을 고려한 외근직 2명 등 최소 3명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게다가 이는 24시간 주 7일 근무 형태를 고려하지 않은 최소 인원으로 실제 현장이 원만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복지부가 현실적인 최소 인력배치 기준을 수립하고 예산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강선우 의원은 지난해 11월 관할 구역 아동의 수 및 아동학대 발생 건수 등 지역별 수요를 고려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기준 수립 및 국가 예산 지원의 법적 근거 마련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강선우 의원은 “정부가 최근 16개월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선도지역에서만 이뤄지던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현장과 괴리된 인력 기준으로 인해 배치하더라도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지역별 수요를 고려한 아동학대전문공무원 배치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예산 지원을 확대하는 등 보다 내실있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통해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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