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지외반증

무지외반증으로 오래 고생했던 박모 씨(48세, 여)는 자신의 자녀만큼은 같은 고통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썼다. 딸에게 굽이 높은 신발은 가급적 사주지 않았고 또 바닥이 불편하거나 발볼이 좁은 신발들도 최대한 피했다. 하지만 엄마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박 씨의 딸 김모 씨(17세, 여)는 최근 엄지발가락이 많이 변형되면서 통증을 호소했고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딸에게 엄마와 같은 병명을 진단했다. 무지외반증이었다.

무지외반증은 보통 후천적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신발을 신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 무지외반증이 나타날 확률은 2%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발을 신는 사람들은 그보다 16배나 높은 확률로 무지외반증을 앓을 수 있다.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병원장(정형외과 족부전문의)은 그 이유에 대해 “볼이 좁은 신발이나 굽이 높은 신발 때문에 엄지 발가락 외측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으면서 통증을 일으키거나 신경을 자극 받을 수 있는데 이게 장기화되면 무지외반증이 된다”고 설명했다.

무지외반증은 보통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자주 발견된다. 어릴 때는 신발을 신은 누적시간이 어른들보다 적기도 하고 또 발이 불편한 신발을 덜 신기도 하기 때문이다. 종종 형제자매가 신던 신발을 물려받아 신는 집이 있다. 이럴 경우가 지속될 경우 둘째 아이는 신발이 작거나 사이즈가 안맞는 신발을 계속 신어 무지외반증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과거의 이야기에 가깝다. 지금은 형제, 자매가 많지 않은 데다가 보통은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사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교적 어린 나이에 무지외반증을 겪는 케이스가 보이는 이유는 뭘까? 박 병원장은 “무지외반증은 유전적 원인, 즉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약 58%~88%까지 보고되고 있으며 주로 모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즉 무지외반증은 후천적 환경에 의해 발병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경우에도 원래 유전적 원인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후천적 영향을 받아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신발 등의 원인이 없는 경우에도 유전적 원인이 있다면 별다른 이유 없이 무지외반증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어린 나이에 발생하는 무지외반증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다.

신발의 압박 등으로 생기는 것이 아닌 만큼, 청소년 무지외반증은 더욱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박 병원장은 “미성년 자녀들의 무지외반증은 성인들의 무지외반증과는 병인, 증상, 예후 등이 모두 다르다”면서 “청소년의 경우에는 무작정 수술적 치료를 받기 보다는 보존적 치료와 더불어 예방에 주력해야 하며 수술을 하더라도 발의 성장이 완료된 이후에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병원장은 “유전적 영향으로 무지외반증이 보이더라도 어릴 때는 보통 편안한 신발을 신기 때문에 통증이 강해지거나 변형이 커질 확률은 낮다. 하지만 점차 구두나 힐 같은 신발을 신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갑자기 족부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며 “게다가 유전적 원인으로 무지외반증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꼭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 나이가 먹어서 나타날 수도 있으니 부모가 무지외반증을 앓았던 경우라면 신발들 잘 골라 신는 등 후천적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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