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65세 이상 한국인의 10%가 앓고 있으며, 평균 수명이 늘고 고령화사회로 가면서 더욱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심각한 질환이다.

이러한 치매 증상과 스마트 워치를 통해 분석한 일주기리듬 특성이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일주기리듬이란 24시간 중 수면과 깨어있는 상태가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데, 이 일정한 주기를 말한다. 즉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이 들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주기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뇌과학과 김은영 교수(생체시계 연구실), 의료정보학과 윤덕용·박범희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홍창형·손상준 교수, 노현웅 임상강사로 구성된 연구팀은 스마트 워치를 통해 측정한 어르신들의 활동량 기반 일주기리듬 특성을 확인한 결과, 치매 증상과의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스마트 워치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개인의 활동량을 1주일 이상 측정할 수 있다.

그동안 치매 환자에서 나타나는 활동량 일주기리듬 이상 소견이 치매로 인한 2차적 변화인가 혹은 반대로 치매의 원인이나 악화 요인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대상을 진행된 치매 환자가 아닌, 치매 전단계의 ‘경도인지장애’ 환자와 ‘경증 치매’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인지기능 저하가 있는 어르신 1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 워치를 착용 후 4일간 활동량 자료를 측정했다. 이때 얻은 데이터에서 일주기리듬 지표를 계산하고, 이를 실제 신경심리검사, 뇌 MRI 검사,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통해 얻은 환자들의 치매 진행정도(인지기능, 뇌 위축, 뇌 아밀로이드 침착 등)와 함께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특정 일주기리듬 지표 2개가 환자들의 치매 진행 정도와 높은 상관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찾은 첫 번째 지표는 ’L5 시작시간‘이다. 이는 하루 24시간 중 가장 조금 움직이는 5시간 구간의 시작 시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지표는 근육 활동이 줄고 움직임이 최소화되는 깊은 잠이 시작되는 시간에 가깝다.

연구팀은 L5 시작시간이 알츠하이머형 인지장애 환자가 비알츠하이머형 인지장애 환자보다 1시간 늦었다. 즉 알츠하이머형 인지장애 환자가 비알츠하이머형 인지장애 환자보다 1시간 정도 더 늦게 깊은 잠에 들었다. 반면 비알츠하이머형 인지장애 환자는 L5 시작시간이 빠를수록, 기억력 및 기억력 관련 뇌부위(해마)의 위축이 심한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동 교신저자 김은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지장애에서도 뇌 속 알츠하이머 병리의 유무에 따라 하나의 활동량 일주기리듬 지표가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단순히 빨리 자거나 늦게 자는 것이 치매와 관련이 있다가 아닌, 환자 개인의 치매 원인이 알츠하이머병 때문인지 아닌지에 따라 자는 시간이 가지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치매 원인 중 60~80%가 알츠하이머다. 알츠하이머는 뇌 속에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단백질이 쌓이면서 독성을 일으켜 인지기능이 악화되는 병이다. 

두 번째 지표는 ‘메서(MESOR)’다. 이는 하루 일주기리듬을 고려한 평균 활동량 값으로, 쉽게 설명하면 ‘하루에 얼마나 많이 움직이는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에서 초기 인지장애 환자 중 많이 움직이는 사람일수록 전두엽 기능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 교신저자인 손상준 교수는 “많은 활동량은 뇌 부위 중 전두엽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 초기 인지장애 환자 중 활동량이 많은분들이 더 우수한 전두엽 기능 검사 결과를 나타냈다”며 “흥미롭게도 L5 시작시간 결과와 달리, 많은 활동량에 따른 전두엽 기능 활성화는 치매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상관없이 모든 어르신에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향후 스마트 워치 기반 일주기리듬 특성을 활용한 치매 증상 파악 및 경과예측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이며, 다양한 임상자원(임상자료, 뇌영상자료), 디지털 헬스자원(스마트 워치 기반 활동량), 인체유래물(유전체, 혈액, 환자유래-섬유아세포)을 수집・보관해 왔고, 향후 산·학·병을 아우르는 연구팀과 함께 치매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과 아주대학교병원이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Korea Biobank of Korea, KBP)의 일환으로 2016년부터 고품질 인체유래물과 정밀의료용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한 만성뇌혈관질환 바이오뱅크 컨소시엄 운영사업(사업책임자: 홍창형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을 통해 진행됐다. 본 사업을 통해 수집된 인체자원은 외부연구자들에게도 활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공개설명회를 진행했고, 만성뇌혈관질환자 760명분의 인체자원을 1차로 공개했다.

주저자인 노현웅 임상강사는 “질병관리청 만성뇌혈관질환 바이오뱅크 컨소시엄을 통해 치매 환자의 활동량 일주기리듬, 환자유래 섬유아세포 일주기리듬 연구를 수준 높게 수행할 수 있었다”며 “향후 환자유래 섬유아세포에서 보이는 일주기리듬 특징과 치매 원인 병리 (아밀로이드 병리, 허혈 병리), 유전형(ApoE) 등의 관계를 폭넓게 연구할 계획”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2020년 8월 란셋 출판 중개의학전문지 '이바이오메디슨(EBioMedicine, IF 5.7)'에 ‘인지장애 환자에서 보이는 활동량 일주기리듬 지표, 아밀로이드 병리, 해마 위축, 인지기능의 상관에 관한 연구(Associations of Rest-Activity Patterns with Amyloid Burden, Medial Temporal Lobe Atrophy, and Cognitive Impairment)’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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