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과 조진현 교수

많은 직장인이 오랜 시간 앉아있거나 서 있는 등 한 자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오래 한 자세를 취하면 다리가 붓고 아프기 마련인데, 이를 다리 근육 문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다리 혈관의 문제일 수 있다. 다리 질환은 사실 다리만의 문제가 아닌 전신 질환으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걷거나 뛸 때 다리에 통증이 있고 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으면 말초동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척추디스크와 비슷한 ‘하지동맥 폐색증’

하지동맥 폐색증은 동맥경화로 하지 동맥이 막혀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질환을 말한다. 초기 증상이 척추 디스크 질환과 매우 비슷해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혈관 문제를 알게 되는 환자도 많다.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조진현 교수는 “통증의 형태는 비슷하지만, 발생 양상은 차이가 있다. 자세와 상관없이 통증과 당김 증상이 나타나면 척추질환을 의심할 수 있고, 평소에는 괜찮다가 걸으면서 통증이 시작되면 하지동맥 폐색증을 의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40대부터 급격히 늘어, 50대부터는 검진으로 예방해야

말초 동맥 질환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조진현 교수 연구팀의 한국인의 무증상 말초 동맥 질환 위험인자 연구 논문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2,04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한국인의 말초동맥질환 유병률은 4.6%로 나타났다.

이에 조 교수는 “생활의 서구화와 함께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는 나이가 점차 젊어지고 있다. 말초동맥질환의 위험인자는 나이가 10살 증가 할 때마다 1.9배, 고혈압 1.6배, 심혈관 질환 2배로 나타났다. 심활만성질환이 있거나 오랜 기간 흡연을 해온 50대라면 가벼운 다리 통증도 지나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라고 당부했다. 연구결과는 2019년 10월 국제학술지 ‘Ann Surg Treat Res’에 게재되었다.

발목과 팔 혈압 비교해 10% 이상 차이 나면 의심

하지동맥 폐색증은 다리에 통증이나 경련이 발생해도 휴식을 취하면 금방 좋아져 단순히 무리한 것으로 생각해 지나치는 일이 많다. 이를 방치하면 다리 온도가 차갑고 발가락 색깔이 검으며 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막힘이 더욱 심해지면 괴사가 진행되고 1년 안에 50%가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다리 절단까지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지만, 진단은 동맥경화협착검사로 쉽게 가능하다. 누운 상태에서 양팔과 양다리혈압을 동시에 측정해 발목에서 잰 혈압이 팔에서 잰 위팔 혈압보다 10% 이상 낮으면 하지동맥 폐색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동맥경화로 다리에 피 공급하는 동맥에 생긴 피떡이 혈액순환 막으면 괴사까지

한 가지 자세뿐 아니라 기름진 식습관, 흡연과 음주로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나이가 들수록 종아리 근육이 줄어들어 혈액을 힘 있게 펌프질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끝까지 돌아야 하는 피가 막히거나 한곳으로 몰린다. 이 경우 다리에 피를 공급하는 장골동맥(복부 대동맥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골반 내에 위치한 큰 동맥)에 동맥경화로 인해 피떡(혈전)이 생기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장골동맥 폐색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질환은 하지동맥 폐색증과 같이 남성에서 더 많이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에 진료받은 환자 수는 남성 490명, 여성 132명으로 남성이 거의 4배가량 많았다. 또한, 약 80%의 환자가 60대 이상으로 고령에서 많이 나타났다.

고관절 부위 통증 있는데 근육, 뼈 문제 없으면 반드시 체크해야

장골동맥 폐색증은 증상이 척추관협착증, 허혈성 대퇴골두 괴사증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엉덩이 부위로부터 허벅지 쪽으로 이어지는 근육에 통증이 느껴지는데 고관절과 척추 부위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장골동맥 문제를 의심하고 살펴보아야 한다. 질환 초기에는 엉덩이, 허리, 고관절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정도이지만 계속 방치하면 피가 통하지 않게 된 부위의 말단 조직이 썩게 돼 절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

초기에는 약물치료, 50% 이상 막히면 수술·시술 필요

말초동맥질환은 혈관이 많이 막히지 않은 초기에 발견하면 항혈소판제, 혈관확장제 등 약물치료와 콜레스테롤 관리를 위한 식습관, 생활습관 개선으로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 병원을 찾으면 이미 50% 이상 혈관이 막힌 경우가 많다. 막힌 부위가 길어도 수술 위험성이 낮은 경우에는 본인의 정맥이나 인조혈관을 이용해 우회 수술을 진행한다.

그러나 혈관질환 환자는 만성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수술로 인한 합병증 가능성이 높아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시술은 국소 마취 후 풍선 확장술(혈관에 풍선을 넣고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이나 스텐트 삽입술(혈관에 그물망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시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죽종절제술(혈관 내벽을 깎아 넓히는 시술) 시행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