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단장 박정규, 이하 ‘이종장기사업단’)은 지난달 31일 돼지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서(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접수 완료한 데 이어 8월 27일 돼지의 췌도 및 캡슐화췌도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서(IND)도 식약처에 접수를 완료했다. 식약처가 허가를 내줄 경우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제 기준을 준수하는 돼지 췌도 및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이식 임상시험이 이뤄지게 돼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2013년 출범한 이종장기사업단은 돼지를 활용한 이종이식연구에 매진한 결과, 난치병인 당뇨병(제1형)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이종췌도이식 분야와 각막 손상으로 앞을 못 보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이종각막이식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거뒀으며, 2015년에 이식학계 최고권위지인 American Journal of Transplantation에 영장류 전임상 연구 결과를 각각 발표한 바 있다. 이종장기사업단은 이와 같은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시험을 추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고 2018년에 세계이종이식학회(IXA, International Xenotransplantation Association)와 세계이식학회(TTS, The Transplantation Society) 윤리위원회(Ethics Committee)를 초청해 이종이식 임상시험 국제전문가 심의회를 열고 국내외전문가들로부터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음을 확인받기도 했다.
   
올 8월 연구 종료를 앞둔 이종장기사업단의 박정규 단장(서울의대 미생물학교실)은 “지난 7년여간 이종이식이라는 의학 분야의 불모지를 함께 개척해준 훌륭한 교수님들과 성실한 연구원들의 노력 덕분에 임상시험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끝까지 지원해준 복지부 등 정부에게도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종장기사업단의 이번 임상시험 추진은 국제 기준에 맞춘 세계 최초의 연구 성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중국 등에서 돼지 각막과 췌도 이식 임상시험이 이뤄진 적은 있으나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이종이식학회(IXA)에서 권고하는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 임상시험은 아니었다.

WHO와 세계이종이식학회(IXA) 가이드라인에서는 돼지 췌도를 이식받은 원숭이 6마리 중 4마리 이상이 6개월 이상 정상혈당을 유지하거나 인슐린 주사량을 절반 이하로 줄인 상태에서 비슷한 혈당을 유지하고 1~2마리가 이와 같은 효과를 1년 이상 유지하면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종장기사업단의 영장류시험에서는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 5마리가 돼지 췌도를 이식받은 뒤 6개월 이상 정상혈당을 유지했고, 이 중 1마리는 약 1000일(2년 10개월) 간 정상혈당을 유지했다.

이종각막이식의 경우 이종장기사업단의 김미금 교수 주도로 2014년 돼지췌도 가이드라인을 준용해 각막의 특성에 맞는 세계이종이식학회(IXA)가이드라인이 제정되었으며, 영장류 각막시험에서 세계 최고 및 최장 생존기록을 갖고 있다. 중국에서 부분적 각막 이종이식을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전층 각막이식은 이종장기사업단의 임상시험이 세계 최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상시험계획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게 되면 서울의대 의생명동물자원연구동의 SNU무균미니돼지를 사용해 이종췌도이식은 1세부과제의 가천대 길병원 김광원 교수진이, 이종캡슐화췌도이식은 2세부과제의 가톨릭의과대학 윤건호 교수진이 각각 진행할 예정이며, ㈜제넨바이오가 협력기업으로 췌도 분리에 참여한다. 이종췌도이식은 저혈당무감지증을 가지고 있는 중증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며, 이종캡슐화췌도이식은 면역억제제의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이종각막이식은 3세부과제의 서울대병원 김미금 교수진이 각막맹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8월 28일부터 발효되는 첨단재생의료법의 규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국제기준을 준수하는 이종이식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재생 의료산업의 발전과 국민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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