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7일 의사증원 등에 반발해 단체행동에 들어간 전공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의협은 호소문에서 “8월 7일, 오늘 전국의 젊은 의사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 전공의들은 전국 200여개 병원에서 전공과목을 수련받고 있는 의사들이다. 전공의의 주당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노동은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로 다뤄졌다”면서 “2015년 전공의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전공의법이 제정됨으로써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조치가 이뤄졌으나 이 역시도 다른 직종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상식적일 만큼 긴 것이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의협은 “혹자는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긴 이유를 의사수의 부족에서 찾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는 병원이 충분한 의사 인력을 고용하지 않거나 못하기 때문”이라며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교육과 수련을 받는 입장의 전공의는 병원과 상급자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위치에 있으며 불합리한 일이 있더라도 참을 수밖에 없는 철저한 '을'의 입장이다. 그렇기에 상식적인 환경이라면 의사 2~3명이 해야 할 일을 전공의 한명이 해내는 믿기 힘든 환경이 수 십년간 이어져 왔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젊음을 '헌신'하고 나면 전문의 자격증 한장을 받아 OECD 최저수준의 의료수가,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이 경쟁하는 무너진 의료전달체계, 무한경쟁이 기다리는 '강호'로 던져져 각자도생해야만 하며, 이것이 보통 의사의 일생이라고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병원은, 대한민국 거의 대부분 의사의 젊은 한때를 마치 일회용 건전지 마냥 '연료'로 삼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기형적인 몸집불리기를 통해 저수가로 대표되는 모순투성이의 의료제도를 아슬아슬하게 우회(迂廻)하며 생존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의사양성의 과정이, 오직 대형병원의 생존을 위한 도구적 활용에 맞추어져 있는 모순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이를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묵인하고 방조하면서 복마전이 돼버린 대한민국 의료의 장점인, 적은 비용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른바 '가성비'의 열매만을 취해온 최대의 수혜자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오늘 젊은 의사들이 분개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취약지역과 비인기 필수분야의 의사인력이 부족한 까닭은, 국가적인 의사 양성과정이 오직 의사를 도구처럼 활용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사회의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분야에 그에 걸맞은 지원과 대우를 하기보다, 그저 일회용 건전지로 잠시 활용하기 위한, 얄팍한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이어져온 모순을 개선하기 보다는 오히려 강화하고 고착화시킬 것이 분명한 하책 가운데 하책이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또한 의협은 “젊은 의사들의 파업에, 모든 의사들은 모든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비운 자리는 교수와 전임의(전문의)들이 채우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환자와 국민에 대한 송구스러움으로 움츠려들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리 낼 수 있도록 조금의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오늘 하루는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