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백선하, 최영빈 교수

파킨슨병은 중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소실돼 발생, 악화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떨림, 경직, 자세 불안 및 보행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매와 함께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지만 정확한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의공학과 최영빈, 성균관대 박천권 교수팀은 항산화제 코엔자임Q10을 뇌 심부에 직접 투여하면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상을 더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동물실험 연구결과를 29일 발표했다.

항산화제인 코엔자임Q10은 여러 대사활동에 필요한 물질이다. 몇몇 연구에서 코엔자임Q10이 파킨슨병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고 밝혀지면서, 일부 파킨슨병 환자들은 코엔자임Q10을 경구 복용했다. 다만, 경구 투여한 코엔자임Q10은 체내 흡수율이 매우 낮다. 또한 혈액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혈뇌장벽 때문에 뇌 심부까지 약물이 도달하기 어려워 치료 효율이 떨어졌다. 결국 환자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을 복용해야 했으나, 그 효과는 여전히 낮았다.

연구팀은 약물이 필요한 뇌 심부에 코엔자임Q10을 직접 전달할 수 있다면, 매우 적은 용량으로도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실험 결과, 고용량을 경구 복용한 생쥐보다 극소량의 코엔자임Q10을 뇌 심부에 직접 투여한 생쥐가 행동 장애, 염증 수치 변화,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 등에서 회복이 우수했다.

연구팀은 파킨슨병이 발생한 실험용 생쥐를 총 5그룹으로 나눴다. (1) 조치가 없는 그룹, (2) 고농도 Q10 구강복용 그룹, (3) 생리 식염액 뇌심부 주입 그룹, (4) 최저농도 Q10 주입 그룹, (5) 저농도 Q10 주입 그룹으로 분류해 그룹 간 차이를 측정했다. (3),(4),(5) 그룹에는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알젯 삼투성 미니 펌프를 활용해 해당 물질을 주입했다. (3) 그룹은 알젯 펌프 사용에 따른 변수를 측정하기 위한 대조군으로, 코엔자임Q10이 없는 식염수를 뇌심부에 투입했다.

연구팀은 각 그룹별로 뇌의 티로신 수산화효소(Tyrosine hydroxylase) 반응을 관찰했다. 티로신 수산화효소는 도파민의 합성을 조절하는 주요 인자다. 이 때문에 파킨슨병 증상이 심해질수록 티로신 수산화효소가 적게 관찰됐다. 온전한 상태일 때는 모든 그룹에서 티로신 수산화효소 반응이 활발하다. 반면, 병변이 발생한 부위는 티로신 수산화효소가 더 적게 관찰됐다. 이후 시간을 두고 관찰한 결과, 코엔자임Q10을 직접 주입한 (4), (5) 그룹은 구강 복용하거나 조치를 하지 않은 (2), (1) 그룹보다 티로신 수산화효소 반응이 비교적 더 많이 관찰됐다. 이는 코엔자임Q10을 직접 뇌 심부에 투여하는 방식이 파킨슨병 억제에 더 효과적임을 의미한다.

최영빈 교수는 “뇌 심부 약물 주입이 가능한 기존 의료기기에 소량의 코엔자임Q10을 전달하는 기능을 추가한다면, 파킨슨병 치료에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선하 교수는 “이번 연구방법론을 다양한 약물치료에 적용한다면 파킨슨병 외 퇴행성 뇌질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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