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한의학연구원이 남북한 전통의학 교류와 협력을 제안했다. 사진은 한의학연이 펴낸 '고려의학 현황과 남북 전통의학 교류 협력 방안' 보고서.

우리나라의 한의학 학술지 격인 북한의 고려의학 연구 주제는 복용 한약, 일반 침, 약침, 기타 한약 순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북한에서도 한국과 같이 질병치료에 한약과 침술, 약침 등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고려의학에서 치료대상 질환은 소화계통 질환, 근골격계 및 결합조직 관련 질환, 비뇨생식계통 질환 순이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김종열, 이하 한의학연)은 2일 북한 전통의학인 ‘고려의학의 최신 현황’을 소개하고 전통의학 분야 남북 교류·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한반도 전통의학은 남한의 한의학과 북한의 고려의학으로 발전해오며 남북이 공유해온 가장 긴밀한 문화유산이다. 2001년 이래 8년간 13차례의 방북을 통해 학술토론회, 협력의향서 체결 등 교류가 진행되며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한 우선적 교류 분야로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정치적 상황의 악화 등 외부요인으로 지속적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에 한의학연은 정치적·사회적 제한 등 외부요인을 극복하고 전통의학 분야의 장기적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남북 전통의학 교류·협력 방안’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자료는 한의학연 홈페이지(www.kiom.re.kr 내 연구마당-출판물)에서 누구나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연구팀은 협력방안 마련을 위한 사전 연구로 북한 내 고려의학의 이용 현황, 연구 특성 그리고 국가 정책현황을 조사해 분석했다.

이용현황의 경우 북한의 1차 의료기관에 해당하는 리동진료소, 리인민병원 등 의원급 기관부터 4차 의료기관인 조선적십자 종합병원까지 고려의학을 활용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1차 의료기관에서는 고려의학의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연구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고려의학 전문 학술잡지 ‘고려의학’을 분석했다.

또한 연구팀은 향후 한의학과 고려의학 간 효율적 연구 협력을 위해 ‘고려의학’저널 저자와 문헌 내 키워드의 네트워크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저자의 경우 고려의학연구원 최혁 원장, 국가과학원 김명철 과장 등을 위주로 조영수, 김금철, 김진성 등이 주요 연구자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약, 침, 약침, 기기사용 침·뜸, 기타 한약이 문헌 내 주요 키워드로 확인됐다.

고려의학 정책의 경우 최근 정권은 원격의료와 같은 ‘먼거리 의료체계 구축’, ‘향약집성방의 전자화’등 고려의학의 정보화를 중요시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북한 의약품의 국산화를 비롯해 병원 자체적으로 고려약 제제 수급이 가능하도록 자립적 생산과 연구를 강조하고 있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은 조선 세종 15년(1433년),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약재를 일컫는 향약(鄕藥)의 효능과 치료법을 망라한 의약서. ‘동의보감’, ‘의방유취’와 함께 조선시대 3대 의서로 꼽힌다.

연구팀은 사전 조사를 기반으로 전통의학 분야 교류·협력 방안을 남북 관계의 정도에 따라 준비, 초기, 확산의 3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로 10개의 교류·협력 아이템을 제시했다. 준비 단계는 관계 악화로 인해 실질적 교류가 어려운 단계로 한의계 리더쉽 구축, 협력 전략 수립 등을 중점으로 준비하는 단계이다. 초기 단계는 제재가 일정정도 해소돼 2000년대 수준의 교류가 가능한 단계로 학술교류, 한약자원 사업 등을 협력 아이템으로 제시했다. 마지막 확산 단계는 제재가 완전히 해소돼 평화·통합을 모색하는 시기로 공동의 이익을 위한 한약제제 공장 건립, 전통 약 및 의료기술 개발 사업 위주의 협력을 제시했다.

한의학연 김동수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마련된 보고서는 2000년대 남북 교류가 활성화된 이후 전통의학 분야에서 처음으로 발간된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의학연 김종열 원장은 “남한의 한의학과 북한의 고려의학은 하나의 뿌리를 가진 우리 민족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보고서를 기반으로 후속연구에 박차를 가해 연구결과가 남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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