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응급실을 제외한 외래진료실에서 환자·보호자 등으로부터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의사는 전체 2034명 중 1455명으로 71.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13일 ‘의료기관 내 폭력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반의사불법죄 폐지 ▲환자에 대한 진료거부권 의료법에 명시 ▲진단서 허위발급을 요구하거나 종용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 ▲의료안전 시설 및 장비 설치를 위한 정부 재정투입 및 범정부협의체 구성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설문에 따르면, 이같이 폭언 또는 폭력을 경험한 의사 가운데 약 15%가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돼 단순 폭언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폭력에 노출되는 비율도 적지 않았다.

특히 진료실에서 경험한 폭언 또는 폭력으로 인한 피해 역시 심각했는데, 신체적인 피해, 즉 부상에 이른 비율이 10.4%에 달했고 이 가운데에는 봉합이나 수술, 단기간의 입원, 심지어는 중증외상이나 골절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진료실에서의 폭언과 폭력을 1년에 한두 번은 경험한다는 의사회원의 비율은 50%가 넘었다. 매달 한 번씩은 겪는다는 비율도 9.2%에 달했고 드물지만 매주 1회 이상 또는 거의 매일 겪는 의사들도 있었다.

이렇게 폭언 또는 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진료결과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았고 이외 에도 긴 진료대기시간과 비용 관련한 불만 등이 있었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진단서와 소견서 등 서류발급과 관련한 불만이 응답자의 16%로, 많은 이유 가운데 상위에 있었다.

또한 최근 실손보험 청구라든지 장애등급의 판정 등을 위해 의사에게 진단서와 같은 서류를 원하는 대로 써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강요를 하거나, 심지어는 협박하는 사례들도 있으며 이러한 갈등이 폭언과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실제 환자의 상태와는 다른, 허위 진단서 발급이나 이미 발급된 서류의 내용을 허위로 수정하도록 요구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의사 회원은 전체 응답자 2034명 가운데 무려 1254명, 61.7%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의사회원들이 이러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대부분의 의사들이 진단서의 허위발급을 요구하는 사람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법규가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었다. 현재 의료법에는 진단서를 허위발급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규정만 있다. 의협은 진단서 허위발급을 요구하거나 종용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의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반의사불벌죄 삭제와 진료거부권 확보의 필요성 역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폭언이나 폭력을 당했을 때,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적으로 대응한 의사가 28%에 달했으나 이 가운데 실제 실질적인 처벌에 이른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경찰이나 사법 관계자의 설득 또는 권유로 인해 의사 본인이 고소, 고발 등을 취한 것이 가장 많았다. 또 피의자의 사과나 요청에 의한 취하, 사법 절차 진행에 따른 부담감으로 인한 취하까지 합치면 처벌에 이르지 못한 경우의 74%가 바로 이런 사례들이었다.

또 한 번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는 환자나 보호자가 시간이 흘러서 다시 진료를 보기 위해 내원했다는 의사는 61%나 됐다. 상식적으로 자신이 한번 난동을 부린 병원에는 다시 가지 않을 것 같은데도 편의에 의해 다시 진료를 보기 위해 자신이 때렸던 의사에게 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상당했다. 해당 환자를 진료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이후의 다른 환자를 진료하거나 진료 외적인 일상생활에까지 스트레스를 호소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이러한 결과를 볼 때, 이전에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 대해서는 의사가 분명하게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진료거부권 인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협의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1월 6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의사회원 2034명을 대상으로 긴급설문조사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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