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진이 한의학의 대표적인 진단법인 맥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사짖은 환자군과 대조군 간 맥파 지표의 분포 비교 그래프.

맥의 긴장 정도로 환자의 통증을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처음 확인돼 주목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김종열, 이하 한의학연)은 미래의학부 전영주 박사 연구팀이 경희대한방병원과 공동으로 객관적인 맥진 지표를 개발해 전통의서 속 맥 특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맥진은 인체의 생리 및 병리적인 건강상태를 요골동맥(橈骨動脈, 손목 부분에서 요골과 피부 사이를 지나는 동맥)의 맥파를 통해 관찰하는 한의학 대표 진단법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통증 환자는 긴장된 맥의 특성을 보인다는 전통의서 내용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한방 부인과 다빈도 통증 질환인 월경통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임상시험에는 20대 월경통 환자군 24명과 건강대조군 24명이 참여했다. 피험자는 부인과 질환 등 기질적 질환(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등)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피험자는 월경기, 난포기, 황체기의 월경주기에 따라 한의학연에서 개발한 맥진기(KIOM-PAS ver.2.0)를 이용해 맥파 신호를 측정했다. 동일 질환이라도 증상에 따라 맥파가 다를 수 있어 3인의 한의사가 변증(辨證) 진단도 병행했다.

환자군의 변증은 약 96%가‘기체어혈(氣滯瘀血, 기가 몰린지 오래돼 어혈이 생긴 것)’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기체어혈로 진단된 통증 환자가 긴장된 맥의 특성을 보인다는 전통의학 고서의 이론을 입증하고 그 특성에 따른 통증정도를 파악하고기 위해 맥파 신호에서 정량적 지표를 찾아 분석했다.

긴장된 맥파는 가압에 대한 저항력이 크게 나타나므로 가압 크기를 일정하게 증가시킬 때 최대 압맥파가 나타나는 시간은 짧아진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에 주목해 가압에 따른 맥파의 저항 구간을 긴장도(PTI, pulse tension index) 지표로 정의해 정량화했다. 그 외에도 최적 가압(OAP)과 맥의 깊이(PDI), 맥의 세기(PPI)를 분석해 월경주기에 따른 월경통 환자군과 대조군 간의 맥파 지표들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난포기와 황체기에서는 환자군과 대조군 간 맥파 지표의 차이가 없었다. 반면에 월경기에서는 환자군과 대조군 간의 맥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 환자군의 맥이 대조군의 맥보다 긴장되고 깊이가 얕으며 최적 가압값은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맥파 신호를 기반으로 통증 상태의 긴장된 맥을 정량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어서, 앞으로 통증의 치료 경과를 맥진을 이용해 정량적으로 진단·모니터링 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책임자 전영주 박사는 “한의학 맥상(脈想)을 정량적 지수로 구현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임상 유효성까지 검증함으로써 새로운 맥진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면서 “다양한 지표를 개발하고 신의료기술로 인정받기 위한 후속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학연 김종열 원장은 “맥진은 수천 년 간 임상에서 활용한 한의학 대표 진단법”이라며 “맥진의 과학적 근거를 확보한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한의약 진단·치료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7월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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