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치매 환자가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한의학적 변증에 근거한 한약제제 처방이 치매에 치료 효능을 갖는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주목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김종열, 이하 한의한연)은 임상의학부 정수진 박사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및 혈관성 치매 모사 동물모델에서 보중익기탕과 황련해독탕의 치료 효능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올해 3월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8’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70만5437명으로 추정되며 해당 연령대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치료법 개발이 시급하나 근본적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다.

한의학에서 치매 치료는 허(虛)와 실(實)을 가려 이뤄진다. 허증 치매는 주로 뇌의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향이 많고 실증 치매는 몸 안의 담음 등으로 인해 갑자기 발생하는 경향이 많다. 한의학에서 담음은 기(氣)의 흐름이 순조롭지 못해 생긴 일종의 수독(水毒, 수분대사 장애가 원인이 되는 병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정수진 박사 연구팀은 한약제제의 치매 치료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치매질환의 대표 처방인 보중익기탕(허증처방)과 황련해독탕(실증처방)을 각각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 모사 동물모델에 투여하고 증상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쥐의 뇌에 주입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도했다. 그 후 보중익기탕을 투여한 실험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으로 나눠 동물실험(Y-미로시험, 수동회피시험)을 실시했다. 실험결과 실험군의 공간인지능력이 대조군에 비해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Y-미로시험에서 치료를 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보중익기탕을 투여한 실험군의 행동비율이 약 37%까지 향상됐다. 또한 수동회피시험에서 대조군의 행동지연 시간이 12초인 것에 반해 실험군의 행동지연 시간은 220초까지 향상됐다.

▲ 알츠하이머성 치매 동물모델에서 보중익기탕 투여군(실험군)은 치매 유도군(대조군)과 비교해 공간인지능력이 현저하게 향상됐다. 수동회피시험(왼편)에서 치매 유도군의 행동지연시간은 약 12초인 반면 보중익기탕 투여 시 약 220초까지 증가됐다. Y-미로시험(오른편)에서 치매 유도군과 비교해 보중익기탕 투여 시 자발적 교대 행동 비율이 약 37%까지 향상됐다.

연구팀은 양측 경동맥 결찰로 유도한 혈관성 치매 모사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황련해독탕을 투여했다. 그 후 이어진 Y-미로 시험에서 황련해독탕 추출물을 투여한 실험군의 행동비율이 대조군에 비해 20%까지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신물질탐색시험에서는 실험군의 식별지수가 대조군에 비해 31%까지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황련해독탕을 투여한 쥐의 뇌 조직에서 미세아교세포 활성이 억제되는 등의 염증 저해 효능도 확인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정수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치매 유형별 치료에서 한의학적 변증에 기반한 한약처방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향후 변증 처방의 약리기전 연구를 보강하고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에 대한 한의치료의 가치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의학연 김종열 원장은 “치매는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질환”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는 치매에 대한 한의약 치료의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며 후속 연구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의학연 기관고유사업과 보건복지부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 및 몰레큘스(Molecules)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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